
우연한 만남
남아프리카의 해초 숲을 유영하던 크레이그(영화감독)가 물속에서 공처럼 생긴 무엇을 만난다. 그 무엇은 조개껍데기로 만들어진 공 형태를 하고 있다. 이게 뭘까? 하는 호기심으로 크레이그는 그 생물 주변을 관찰하는데 조개껍데기 뭉치가 순간 바닥으로 모두 떨어지고, 그 안에 숨어있던 생명체가 크레이그로부터 도망친다. 그 조개껍데기 공은 문어가 자신을 은신하고 있던 은신처였다. 주변에 떨어진 조개껍데기를 빨판에 붙여서 몸을 숨기고 있던 작은 문어.
크레이그는 이 생명체의 특별한 무엇을 느끼고, 매일 해초 숲으로 내려가 그 문어를 만나러 간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다이버인 그는 매일매일 문어를 관찰하기 위해 직접 수중으로 들어가 문어를 촬영한다.
이제는 크레이그의 존재가 조금 익숙해질 때쯤 물속에 설치해 둔 크레이그의 카메라가 갑자기 쓰러지고, 놀란 문어가 순식간에 먹물을 쏘며 더 깊은 바다로 도망친다.
그때부터 다시 이 암컷 문어를 찾기 위한 크레이그의 노력이 시작된다. 크레이그는 하얀 칠판을 가득 메울 정도로 문어의 흔적을 분석한다. 예전에 숨어있던 굴은 텅 비어있고, 그리고 먹다 남은 홍합 껍데기들을 파악하지만 그녀를 찾을 수는 없다.
그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을 무렵 기적적으로 다시 만난 문어.
문어는 어라? 나를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라는 놀라우면서 반가운 기세로 그를 반긴다. 빨판이 달린 긴 다리 하나를 쭉 뻗어 손을 내밀듯이 크레이그와 악수를 한다. 그 이후로 그들의 관계는 제2의 국면을 맞이한다.
교감의 시작
문어는 더 이상 크레이그를 의식하지 않고, 그녀의 삶을 그대로 크레이그에게 보여준다.
크레이그는 학계에서 발견되지 않은 특이한 문어의 생태를 발견한다.
암컷 문어는 바다의 바닥에서 두 다리만 남기고 나머지 다리를 모두 위로 올리고, 마치 치마를 들친 여인의 모습이다, 남은 두 다리로 바닥을 짚으며 마치 사람처럼 걷는다.
바닥을 두 발로 걸어가는 문어의 모습은 아주 기이한 모습. 문어는 머리 위에 뿔을 만들고 놀기도 하며 물고기 떼가 자기 머리 위로 지날 때는 갑자기 두 팔을 뻗어 물고기 떼를 방해한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아닌 목적이 없는 행동, 그녀의 놀이다.
이러한 문어의 행태는 관찰자와 시청자에게는 너무 놀라운 장면이다.
더 신비로운 것은 강아지처럼 크레이그를 따르는 문어의 모습이다. 크레이그가 손을 내밀면 손 위로 올라오고, 다시 가슴을 내밀면 그의 가슴으로 올라와 물속에서 사이좋게 유영하는 두 사람.
각종 연구에 따르면 무척추동물, 문어가 속한 두족류는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지녔다고 한다.
특히 문어는 높은 지능뿐 아니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란 연구도 나온다.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된 보고서에는 문어가 신체적, 정서적으로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사람과 교감 이상의 우정 그리고 애틋함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화면 속에 보이는 두 생명의 관계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준다.

인생의 선생님
나의 문어 선생님은 2020년 개봉한 넷플릭스 작 다큐멘터리이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하였고, 영화 쪽이 아닌 TV 시리즈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의 찬사를 받은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처럼 크레이그는 왜 이 문어를 자기 선생님이라고 칭했을까?
크레이그는 인터뷰에서 문어의 생태를 보며 힘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빨판상어에게 다리 하나를 잃고, 굴에 숨어서 얼굴이 하얘진 거처럼 새하얗게 색깔이 바뀌어 정말 아픈 사람처럼 눈을 꼭 감고 고통을 인내하는 문어. 그리고 다시 굴 밖으로 나왔을 때 데드풀처럼 다른 다리들보다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미니 다리를 달고 다시 씩씩하게 자기 삶을 시작하는 문어.
크레이그가 해초 숲을 산책하기 전에 그는 잠시 삶의 외톨이였다. 쉼표를 찍기 위해서 매일 바다로 나와 산소통 없이 오로지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 잠수하며 현실을 잊는 데 집중했다. 우연히 작은 문어를 만나 그녀의 삶에 집중하고, 그녀의 삶을 지켜보며 깊은 위안을 얻는다.
약 1년여 동안 우정을 쌓아오던 둘을 문어를 노리는 상어가 그녀를 물고 사라지면서 이별을 맞게 된다. 하지만 이제 크레이그는 혼자가 아닌 자기 아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다이빙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그리고 다른 신비한 우연을 기다린다.
이 영화를 연출한 피파 에를리히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는 아주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조금 더 보편적인 차원의 인간과 자연,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