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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 던지고, 건지고, 속여라

by 나헤이 2023. 8. 21.
출처 다음 DAUM 영화

미운정 고운정

영화 ‘밀수’는 남해 군천 해녀들이 브로커를 통해 세관을 피해 바다에 던져진 밀수 생필품을 건지며 큰돈을 만지게 되고, 끝내 밀반입과 관련된 사람들의 속고 속이는 최대의 큰 판이 벌어지며 일생일대의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은 오랜만에 '피도 눈물도 없이'와 같이 다시 여성 투톱 영화로 돌아왔다. 그 주인공은 염정아와 김혜수이다. 류승완 감독은 춘자와 진숙 캐스팅할 당시 이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두 사람이 함께 극에 나온 적은 이전까지 없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 '범죄의 재구성'에서 각각 열연을 한 적은 있지만 비슷한 연배와 긴 업력을 지닌 두 여배우의 앙상블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류승완 감독 덕분에 이루어졌다.
군천 해녀들은 군천 앞바다에서 운영하는 공장 때문에 해산물이 썩어가고, 더 이상 생계가 어렵게 되는 상황에 브로커를 통해 밀수품을 몰래 건져 올리는 일을 알게 되고, 군천은 이제 돈이 흐르는 곳이 된다. 하지만 일이 잘 돌아가면 늘 탈이 나는 법. 다시 한번 밀수품을 건져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들이닥친 세관이 현장에 급습하고, 그 이후 2년의 세월이 흐르게 된다. 그렇게 헤어지게 된 춘자와 진숙은 그동안 쌓인 미운 정 고운 정을 지닌 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밀수는 70년대의 향수를 지닌 복고풍 영화이다. 영화 내내 70년대 히트송이 흘러나오는데 시대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음악감독에 임한 장기하 감독의 역할이 컸다. 노컷뉴스를 통해 영화 '밀수'의 배우들이 직접 자신의 가장 사랑함 OST를 뽑았는데 배우들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OST는 바로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였다. 이 곡은 권 상사(조인성)와 장도리(박정민) 패거리가 근처 호텔에서 올드보이에 버금가는 싸움을 벌일 때 흘러나온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로 시원한 바다 장면이 많지만 복도에서의 다소 평범할 수 있는 단체 패거리 싸움 장면을 색다른 액션신으로 변모할 수 있게 한다. 산울림의 록 사운드와 김창완의 담담한 보이스가 멋진 조인성의 눈빛과 시너지를 내며 더 강렬하고 긴박하면서 매력적인 싸움 장면을 탄생했다는 평가다. 특히 죽음을 코앞에 둔 위기 상황 속 춘자(김혜수)를 계속해서 안전한 곳으로 밀어 넣고 싸움터로 향하는 권 상사의 눈빛은 관객들의 마음에 주단을 제대로 깐다.
블록버스터 속 경력 굵은 배우들 사이에서 관객들의 마음에 주단을 제대로 깐 배우가 또 있다. 바로 장도리 역의 박정민과 고옥분 역의 고민시다뽀글뽀글 파마와 얇은 눈썹을 가진 말 그대로 캐릭터 확실한 이 배역을 이 두 배우는 정말 능글맞고, 맛깔나게 연기하며 관객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는다. 두 배우는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 두 배우의 성장이 매우 기대된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조인성 배우는 이 두 배우 때문에 웃겨서 연기가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머무는 곳 어딜지 몰라도

아직도 한낮의 더위가 뜨거운 요즘 스크린에서 바다를 보며 더위를 잊기엔 현재 박스오피스에서 역시 ‘밀수’가 제격이다. 시종일관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고, 레트로  사운드가 귀를 붙든다. 판이 커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스토리와 해녀들이 펼치는 통쾌한 수중 액션이 관객들에게 말 그대로 통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을 추구하는 류승완 감독이 잘하는 영역이 확실히 있다. 천만 흥행 보증수표(외계인은 아쉽지만) 최동훈 감독보다 스토리를 더 심플하게 보여주고, 
더 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를 꼬지 않고, 그대로 스트레이트로 보여주며 조금 촌스러울 때도 있다. 밀수에 대한 평가도 복고라서 촌스러운 건지, 연출이 촌스러운 건지 시대극을 연출해서 퇴보한 거냐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류 감독은 을 전후로 본인이 잘하는 스토리 그리고 한국형 액션이 무엇이라는 자신만의 감을 잡은 거 같다는 느낌이다. 시대극과 복고의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이번 작품을 나는 류승완의 퇴보가 아닌 안타였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부모님과 함께 관람했을 때 흥얼거리며 나오는 어르신들과 익숙한 배우들이 편했다는 평이 많았는데 확실히 대중에게 적절한 호를 불러올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감독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가 잘하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후속작이 벌써 기다려진다.